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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15-02-02 (월)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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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국민가수'이세춘'

조선의 국민가수'이세춘'

출처 : 국회보 201410월호 2014-10-08 20:26

관서악부 본문에 '이세춘'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당시에 이세춘이 얼마나 유명했으면 문인의 글속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 보았다.

 

과연 이세춘은 당시에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생각되어 퍼왔습니다.

 

250년 전 조선의 국민가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세춘이라 하는 가수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 신광수(1712~1775)의 문집인 <석북집> ‘증가자이응태(贈歌者李應泰)’를 보자.

가호(歌豪) 이세춘은

10년 간 한양 사람들을 열광시켰네..(當世歌豪李世春 十年傾倒漢陽人)

기생집을 드나드는 건달들도 애창하며 넋이 나갔네(靑樓俠少能傳唱 白首江湖解動神).”

 

이세춘의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10년 간이나 기생집 같은 유흥업소에서 애창됐음을 알리고 있다. 신광수가 이 시를 지은 것이 1761~1763년 사이였다.

그러니 이세춘은 1750년대 초~1770년대 초 사이에 조선의 가왕(歌王)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세춘은 시조(時調)’라 일컫는 시절가조(時節歌調)’를 만든 불세출의 가객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가왕 조용필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 1990년대 초반 대중문화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혜성같이 등장한 서태지에 비견할 수도 있겠다.

이세춘은 그 때까지 불려 내려오던 단가(短歌·짧은 노래라는 뜻)에 곡조를 붙여 부르면서 시절가조’(줄임말 시조’)라 했다.

시조(時調)는 당시에 널리 퍼진 유행곡이라는 뜻이다.

이세춘은 바로 옛 창법(고조·古調)과는 전혀 다른 창법(시조)을 구사한 아티스트였던 것이다.

신광수의 <관서악부>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반 시조는 장단구를 배열한 것이니(一般時調排長短)

장안의 이세춘에서 시작된 것이로다.(來自長安李世春)”(신광수의 <관서악부>)

흥미로운 것은 이세춘이 솔로가 아니라 밴드를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조선 후기 야담집인 <청구야담>을 보라.

심공(沈公)이 남자 가객 이세춘과 기생 추월·매월·계섬 등 여성 가객, 그리고 금객(琴客) 김철석과 함께 초당에 앉아 거문고와 노래로 밤이 이슥해 갔다.”

이 판서 댁에서 피리와 노래 소리가 요란했다. 금객 김철석, 가객 이세춘, 기생 계섬·매월 등이 함께 했다.”

즉 남성 보컬인 이세춘을 중심으로, 거문고 주자인 김철석, 그리고 여성보컬인 추월·매월·계섬 등이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했다는 기사내용이다.

이들을 연구한 사람들은 이세춘 그룹혹은 이세춘 밴드라 일컫는다.

하나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세춘 등의 뒤를 돌봐주는 후원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앞에 인용한 심공(沈公)’이라는 사람인데, 바로 문사 심용(1711~1788)을 가리킨다.

지금으로 치면 심용의 영어글자를 딴 연예기획사 ‘SY’의 사장일 수도 있겠다.

심용은 풍류를 자부한 사람(風流自娛)’으로 일컬어졌던 당대의 풍류객이었다.

물론 이세춘 밴드의 멤버들도 당대의 연예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었다.

예컨대 여가수 계섬(桂纖)은 황해도 송화현 출신의 계집종이었다.

계섬의 노래는 대단했다. 지방의 기생들이 서울에 와서 노래를 배울 때는 모두 계섬에게 몰려들었다. 당대 최고의 보컬트레이너였던 셈이다.

계섬은 훗날 혜경궁 홍씨(정조의 어머니)의 회갑연에서 오프닝무대에 서는 영예를 안았다.

이세춘 밴드의 또 다른 멤버인 추월(秋月)은 가무(歌舞)와 자색(姿色)을 겸비한 얼짱 댄스가수였다.

공주 기생 출신이었던 그는 풍류객들 사이에서 수십년간 큰 인기를 끌었다.

3의 멤버인 매월은 종친인 이익정(1699~1782)가희(歌姬)’였다가 이세춘 밴드의 일원이 됐다.

또 다른 멤버 김철석(1724~1776)은 일명 철돌(鐵突)이라 일컬어진 당대 거문고의 명수였다.

어느 날, 기획사 사장격인 심용이 이세춘 그룹에 넌지시 평양 공연을 제안했다.

평양 한번 가볼까.

평안감사가 대동강 위에서 회갑잔치를 벌인다는데.

평안도 모든 수령과, 이름난 기생들, 그리고 명가수들이 다 모인다는구나.

육산주해(肉山酒海)를 이룬다고 하는데.

한번 가볼까.

기분전환도 할 겸, 전두(纏頭·공연 후 받는 사례금품)도 두둑할 것이니.”(심용)

“(모두들 손뼉을 치며) 그거 좋습니다.”(이세춘 밴드 일동)

심용은 초대받지도 않은 평안감사의 회갑연에 깜짝 공연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한 것이다.

일종의 게릴라 콘서트라고나 할까.

등장하는 평안감사는 아마도 1785~1766년 사이 재직했던 신회(1706~?)일 가능성이 짙다.

심용과 이세춘 그룹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금강산 유람을 다녀온다고 소문낸 뒤 종적을 감췄다.

그들은 몰래 평양 성내로 잠입했다. 드디어 평안 감사의 잔치가 열리자 작은 배 한 척을 빌려 차양막을 치고, 좌우에 주렴을 드리웠다.

이세춘 밴드는 그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풍악이 울리고 돛배가 강물을 뒤덮었다. 평안감사와 여러 수령들은 층배에 높이 앉아 잔치를 벌였다. 맑은 노래와 기묘한 춤에 그림자는 물결 위에서 너울거리고 성머리와 강둑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드디어 심용이 노를 저어 나갔다. 평안감사가 보이는 곳에 배를 멈췄다. 그리곤 저쪽 배에서 검무를 추면 이쪽에서도 검무를 추고, 저쪽 배에서 노래를 부르면 이쪽 배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마치 흉내내는 것이었다.”

마치 지금의 히든싱어를 보는 듯했다. 평안감사를 비롯, 잔치에 모인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저 배를 바라보니 검광이 번쩍이고 춤과 노랫소리가 구름을 막는구나.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겠다. 저 배를 끌고 오라.”

끌려온 심용이 평안감사가 타고 있던 층배의 머리에 이르자 평안감사는 주렴을 걷고 껄껄 웃었다. 사실 심용과 평안감사는 친분이 깊었던 사이였다.

이세춘 밴드의 깜짝공연에 평안감사는 넘어질듯 놀라며 반가워했다.

그때부터 서울의 이세춘 밴드와 평안도 현지 밴드 간 본격적인 공연배틀이 벌어졌다. 서울(이세춘 밴드)과 평안도 밴드 간 자존심 싸움이었다.

승자는 이세춘 밴드였다.

서도(평안도)의 가무(歌舞)와 분대(粉黛·화장법)가 아주 무색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세춘과 김철석, 그리고 기생 추월·매월·계섬 등 서울 그룹의 춤 솜씨 및 화장법이 서도(평안도) 밴드와는 수준차가 난 것이다.

초대받지 않은 공연이었는데도 이세춘 밴드의 개런티는 엄청났다.

“(이세춘 밴드의 공연에 감명받은) 평안감사가 1천금을 주자, 다른 벼슬아치들도 잇달아 상금을 내놓았다. 1만금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심용과 이세춘 밴드는 10일 간 평양여행을 즐긴 뒤 돌아왔다.

이날 이세춘 밴드의 공연은 평양과 서도(평안도)사람들에게 엄청난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갔다.

앞서 인용했듯 일반 시조로 장단을 배열한 것은 이세춘이 처음이었으니 평양 사람들이 느낀 충격은 대단했을 것이다.

이세춘 밴드의 대표곡

이세춘 밴드의 작품으로 남아 있는 곡은 단 2곡 뿐이다.

창작보다는 가창에 전념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표곡을 하나 보자.

화당(花堂) 빈객 만좌(萬座) 중에 줄 고르는 왕상점(王上點)

너희 집 출두천(出頭天)이 좌칠월(左七月)가 산상산(山上山)

진실로 산상산이면 여아동침(與我同寢)하리라.” (<청구영언>)

왕상점(王上點)은 왕() 위에 점()을 찍었다는 뜻이니 ()’ 자이다.

출두천(出頭天)’은 머리를 내민 천()이니 ()’ 자이다. ‘산상산(山上山)’은 산()자 위에 산()이 있다는 말이니, ‘()’ 자이다.

또 좌칠월(左七月)()’ 자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기생집에서 기생을 유혹하면서 기생집 주인(). 너희 집 사내()는 집에 있는가(), 나갔는가(). 진짜 나갔으면() 나와 한 번 동침하자꾸나라고 말장난으로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새길수록 농염하고 재미있는 가사가 아닌가. 이세춘 밴드 가운데 계섬이 지었다는 또 하나의 곡을 보라.

청춘은 언제 가며 백발은 언제 온고/오고 가는 길을 아던들 막을낫다./ 알고도 못막을 길히니 그를 슬퍼하노라.”(<병와가곡집>)

당시 62세의 계섬은 지병으로 요양 중이던 지인(심노숭)을 찾아 자신의 인생유전을 들려주며 탄식하는 모습을 노래했다.

이 두 곡을 대표곡으로 이세춘 밴드는 10년 이상 서울의 유흥가는 물론 전국의 가요계를 휩쓸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세춘 밴드는 요즘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가요, ‘K팝의 레전드라 일컬을 수 있지 않을까.

: 이기환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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